<aside> 🔗

«Hovering Duration»은 캡션서울 2023 Open Call [CᵃSOC01]의 선정자 이윤재의 개인전입니다. 본 인터뷰는 작가의 작업 세계를 더욱 깊이 이해하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aside>

이윤재

KakaoTalk_20240724_183023596.jpg

Q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1. 저는 시각 예술의 근본이 되는 '보기' 행위를 탐구하는 이윤재입니다. 그동안 '보기'라는 행위의 중점을 눈의 각막으로 설정하여, 각자가 광학적으로 다르게 보고 있음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제 작업 활동은 사람들이 가진 다양한 눈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태도를 기반으로 하며, 최근에는 시각예술이 관객의 다양한 상태와 선택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취할 수 있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면서 그 범위를 점차 확장하고 있습니다.

Q2. 그동안 눈의 광학적인 차이에 초점을 둔 다양한 ‘보기’를 드러내는 이전 작업들과는 다르게, 이번 전시에서는 ‘보기’를 관객이 선택할 수 있는 행위로 만들고자 하셨는데요. 이러한 변화에는 어떤 계기가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A2. 작년(2023년)에 했던 개인전을 통해서 저는 그동안의 각막을 중심으로 광학적인 실험이 메인이 되었던 연구활동이 막바지에 도달했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뇌의 작용에 앞서 모두가 광학적으로 세상을 미세하게 다르게 본다는 것이 명백하게 드러났으니까요. 조금 더 나아가 이러한 점이 시각 예술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물음표를 던지면서 그 전시를 마무리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그동안 각막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눈의 상태를 시각화하고자 하는 굉장히 명확한 목표지점을 바라보면서 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그다음 단계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고 그래서 개인전 이후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꽤 많았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그 당시에 급격하게 무기력해지면서 어떠한 대상을 작품으로서 보는 것에 완전히 지쳐버리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전시를 아예 보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 당시에 그냥 정말 아무것도 보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 같은 사람이 꽤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각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쏟아지는 시각적 자극에 지쳐버린 사람들이요. 아마도 그즈음에 전시장의 시각적 자극을 최대한으로 비우고 오히려 관객이 무언가를 ‘보는 것'을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던 것 같습니다. 비록 개인적인 정신 상태로부터 점화되긴 했지만, 저는 이 아이디어가 관객의 선택 및 개입을 작품 자체로 여기면서 “모두 결국 다르게 본다(감상한다).”라는 제가 꾸준히 다뤄오던 주제를 개념적으로 심화시키고, 시각예술의 ‘보기'의 행위를 또 다른 측면에서 다룰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곧 깨닫게 되었습니다.

1KakaoTalk_20240725_203834231_01.jpg

2KakaoTalk_20240725_203834231_05.jpg

Q3. 전시에 텍스트가 주로 활용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A3. 관객 각자의 다른 선택에 따른 감상 자체가 작품이 된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이후, 저는 관객이 관습적으로 전시장에서 작품처럼 여길 수 있는 것(예를 들면, 대표적으로 이미지, 형태, 볼륨, 색 등)들을 최대한으로 제거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관객이 전시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은 역설적으로 그때, 그곳에 없는 것을 연상하도록 하는데만 활용되면서, 관객이 스스로 작품을 완성하도록 하는 트리거의 역할만 수행하게끔 하고 싶었어요.

이러한 점에서 전시 기간 동안에 관객이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은 전시 기간(현재)의 밖(과거나 미래)으로부터 온 것들로 구성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시간을 넘나든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내기 위해서는 텍스트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