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de> 🔗 «Light Existence Shadow: 차원과 시간의 교차점에서 존재에 대한 기록»은 캡션서울 2023 Open Call [CᵃSOC01]의 선정자 박찬별이 참여한 개인전입니다. 본 인터뷰는 작가의 작업 세계를 더욱 깊이 이해하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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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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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1. 저는 인간과 사물의 상호작용을 탐구하고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합니다. 과학적 사건들과 사회적 현상들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인간과 사물을 동등한 존재로 간주하며 이들의 상호작용을 표현합니다. 빛과 그림자를 주요 매체로 사용하여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새롭게 탐구하고, 새롭게 발견한 자연 질서에 관한 관점을 차원적 물체에 기록합니다. 그 예시로 영상, 오브제, 에세이, 시나리오, 그림 등이 있습니다.

Q2. 작가님은 사람과 사물의 관계에 주목하며 이를 빛과 그림자로 탐구하고 계신데요. 이러한 작업을 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2. 저는 오랫동안 불면증을 앓았어요. 밤중에 누워 눈을 감고 한참을 기다려도 잠이 오지 않는 시간들이 계속되었고, 결국 잠을 포기하고 책상 앞에 앉아 무언가에 몰두하기 시작했어요. 그 과정에서 "왜 나는 잠을 잘 수 없을까?"라는 질문부터 시작해, "왜 우리는 태양의 주기에 맞춰 살아야 할까?", "전구가 발명된 이후에도 왜 우리는 여전히 밤에 자야 할까?" 같은 궁금증이 생겼어요. 어느 날 밤, 작업을 하던 중 책상에 놓인 물건들의 그림자를 발견했습니다. 항상 곁에 있었지만 한 번도 인지하지 못했던 그림자의 존재를 깨닫는 순간이었죠. 그때부터 저는 그림자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했어요. 친구들과의 전화 통화가 “오늘은 너도 일찍 자”로 끝날 때마다 느꼈던 공허함이 밤새 그림자를 그리며 조금씩 사라졌어요.

그림자를 탐구하는 일은 단순히 불면증을 견디는 수단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많은 의문에 답을 찾는 과정이 되었습니다. 전구의 발명 이후 사람들은 더 많은 시간을 활동에 할애하게 되었는데요. 그로 인해 올빼미형 인간과 불면증 같은 현상도 생겨났죠. 전구는 인간이 만들어낸 사물인데, 그리고 그것이 분명 편리를 주고 있다고 믿어왔는데 사실은 전구가 인간을 더 피곤하게 만드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었다는 아이러니가 재미있었어요.

그림자를 관찰하며 이러한 변화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인공 광원이 만든 빛과 그림자는 자연물인지 인공물인지 와 같은 다양한 질문을 던지게 되었어요. 그림자를 관찰하며 저는 인간의 삶에 사물들이 미치는 영향과 상호작용을 탐구하며 인간의 본질과 세상과의 관계에 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단순한 현상에서 시작했지만 작업의 끝에서는 인간의 내면과 타인, 세상과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작업이 되어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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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3. 회화, 세라믹, 영상 등 다양한 매체와 방법으로 그림자를 기록하고 계십니다. 어떠한 방식으로 그림자를 기록하고 있는지, 이를 기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A3. 저에게 그림자를 기록하는 행위는 세상의 이치를 기록하는 일이에요. 과거의 화가들과 작가들은 모두 저마다의 방법으로 세상을 평면에 담았어요. 인상주의, 모더니즘과 같은 사조들이 그 증거고요. 저는 제 방식으로 세상을 평면 그리고 3차원에 담고자 했어요. ‘그림자’는 제가 세상을 보는 방법이자 표현하는 방식 중 하나에요. 평면과 입체, 영상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하는 이유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적극 반영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림자는 3차원의 사물이 빛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그려낸 2차원적 기록인데요. 세라믹 작업에서 저는 그림자를 평면 위에 기록하고 그것을 다시 3차원의 오브젝트로 변형시켜요. 완성된 오브젝트의 한쪽 면은 평면이고요. 이것은 오브젝트가 탄생한 원형이 2차원의 기록임을 암시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오브젝트 안에 2차원과 3차원의 순환구조를 재현하고자 했어요.

우리 삶에는 ‘시간’이라는 요소가 당연하게 개입해요. 이 시간이라는 개념적이고 비가시적인 요소를 담아내기 위한 시도로 <피고지는 꽃> 시리즈 작업이 있습니다. 시간이라는 비물질적이고 개념적인 요소를 가장 저차원의 평면에 담아냄으로써 우리가 살고있는 모든 차원을 아우르고자 했어요. 시들어가는 꽃의 그림자를 평면에 기록하고 그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했는데, 영상이라는 매체는 시간을 사용함으로써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아이러니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매체를 현대의 사람들은 굉장히 선호하고요. 이렇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담아내기 위한 시도로 다양한 매체와 방법을 사용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