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de> 🔗 《Floating Boundaries》는 캡션서울 2023 Open Call [CᵃSOC01]의 선정자 중 류재성, 이용빈, 하슬기 작가가 참여한 전시입니다. 본 인터뷰는 작가들의 작업 세계를 더욱 깊이 이해하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aside>
Q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1. 안녕하세요. 그림 그리는 류재성입니다.
Q2. 작가님의 작업은 자유롭고 즉흥적인 붓의 질감이 잘 느껴지는데요. 분명한 형태감이 느껴지는 작업도 있고 형태를 알아보기 힘든 작업도 있습니다. 이러한 작업은 어디서 영감을 받고,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A2. 무엇을 그려야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그림을 그리지 않아요.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상이 표면 위에 나타납니다. 형상이 무엇인지는 보다는 '그린다'라는 근본적인 행위에 더 주목하고 있어요. 제 작품은 빈 캔버스 앞에서 마주하는 두려움에서 시작되었는데요. 캔버스는 마치 하나의 벽과 같았고 그 벽을 정면으로 돌파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완벽한 자유로운 상태의 그리기는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고, 생각과 고민이 많아질수록 두려움은 커져 갔어요. 두려움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 쳤고, 어느 순간 머릿속에서 무언가 부서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스스로를 제어하는 머릿속의 나사 하나가 빠져 마치 물이 흐르는 것과 같은 의식의 흐름이 느껴졌죠. 본능은 곧바로 몸의 움직임과 연결됐고, 밀려오는 해방감과 함께 머리보다 손이 먼저 움직였습니다. 가끔은 제가 그림을 그리는 동물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곤 해요.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 몰입하니 그 흐름에 걸림돌이 되는 것들이 점차 사라졌습니다. 형상이 사라졌고 내용과 의미도 퇴색되어 갔죠. 그리고 단지 그림을 그린다는 사실 하나만이 남았습니다.
Q3. 지지체로 방수포로 사용되는 폴리염화비닐을 사용하시기도 하고, 다양한 형태의 캔버스를 사용하시기도 합니다. 캔버스가 마치 ‘방’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어떠한 의도가 있을까요?
A3. 회화의 지지체는 무엇이든 일어날 수 있는 하나의 열린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캔버스를 평평한 벽이 아닌 ‘공간’으로 바라보기 시작했고, 정육면체 형태의 캔버스를 제작했어요. 이를 통해 3차원의 공간을 만들거나 뒷면이 비치고 뚫려있는 공간을 연출했어요. 그리고 그 공간 위를 부유하는 붓질을 통해 역동적인 흐름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폴리염화비닐은 평소 작업실 바닥을 보호하기 위해 깔아 놓는 소재였는데요. 작업때문에 바닥 여기저기에 묻은 물감의 흔적이 캔버스 위에 그려놓은 어떠한 그림보다 자유롭고 솔직하게 보였어요. 폴리염화비닐의 방수성 때문에 유화 물감은 표면에 안착하거나 퇴적되지 않았고, 과거의 흔적들은 밀리거나 사라지며 매일 새롭게 다시 그려졌어요. 그 모습이 한순간 표면 위에 머물다가 사라지는 것과 같아 보여 작업과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Q4.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A4. 저의 작품은 작업실이라는 공간에서 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직접적으로 투영됩니다. 눈앞에 보이는 작업실은 시간과 날씨에 따라 색과 온도가 달라지는 등 언제나 변화해요. 바라보는 시선의 위치와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기도 하고요. 그림을 그리는 동안에도 물감과 붓같은 수많은 물건이 위치를 달리하며 풍경이 시시각각 변합니다. 회화도 그 흐름 속에서 모습을 달리해요. 단 한 번도 같은 순간은 돌아오지 않기에 눈앞에 펼쳐진 끊임없이 변화하는 “지금, 이 순간”을 드러내고자 합니다.
Q5. 작품 감상의 포인트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A5. 그저 그림을 그리는 한 인간을 떠올려 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화가라는 직업에 대해 그리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미용사가 머리를 자르는 것처럼,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것처럼, 청소부가 거리를 청소하는 것처럼 그림을 그립니다.